부산 기장 여행 (죽성성당, 해동용궁사, SUP요가)
바다 앞에서 요가를 한다고 하면 흔히 해변 모래사장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패들보드 위에서, 그것도 흔들리는 바닷물 위에서 요가 자세를 잡는다면? 저도 처음엔 그게 가능한 건지 반신반의했습니다. 부산 기장과 광안리를 잇는 이번 여정은 그 의심을 완전히 뒤집어놓았습니다. 드라마 세트장이 진짜 성지가 된 죽성성당, 바다 절벽 위의 사찰 해동용궁사, 그리고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패들보드 위에 서는 SUP요가까지. 세 곳 모두 '알고 보면 이런 데였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곳이었습니다.
드라마 세트장이 성지가 된 이유, 죽성성당
죽성성당은 2009년 SBS 드라마 촬영을 위해 지어진 세트장입니다. 드라마는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졌는데 세트장은 살아남아 지금 기장 여행의 핵심 포토스팟이 됐습니다. 처음 방문한 분들 중 상당수가 "진짜 성당인 줄 알았다"는 후기를 남기는데, 저도 그랬습니다. 붉은 지붕과 흰 벽이 바위 위에서 부서지는 파도와 맞닿는 장면은 중세 유럽 해안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착각을 하게됩니다. 세트장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내부 공간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작은 공간이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어서 전시 일정과 맞아떨어지면 예상치 못한 볼거리를 만나기도 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마침 전시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오히려 한산한 덕분에 액자 포토존 앞에서 줄 서는 시간을 많이 아꼈습니다. 방문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 포토존은 사각 프레임 너머로 바다와 하늘이 담기는 구조인데, 구도가 워낙 잘 잡혀 있어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하면 그림이 됩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이른 아침이나 오후 햇살이 기울 무렵에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정오 직전에는 역광이 심해 사진이 뭉개지고, 웨딩 촬영 팀이 포토존을 장시간 점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방문했을 때도 전문 장비를 가져온 웨딩 촬영팀을 목격해서 방문객은 사진찍기가 어렵긴했으나, 웨딩촬영을 구경하는것 또한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하게됐습니다. 주차 공간은 주변에 여러 곳이 있고, 맞은편으로 카페들이 늘어서 있어서 커피 한 잔 들고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습니다.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바다 절벽 위의 관음도량, 해동용궁사
해동용궁사는 이름 그대로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사찰입니다. 절 입구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계단 길이가 길지는 않지만 바다를 향해 내려가는 구조라 시야가 확 트이면서 파도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옵니다. 대웅전 옆 굴법당은 미륵전이라고도 불리는데, 창건 때부터 미륵좌상 석불을 모시고 있으며 득남불로 유명합니다. 제가 직접 다녀와보니 외국인 관광객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오래전부터 부산을 방문할때마다 들르는 명소인데 다녀올때마다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실감할수있었습니다. 기암절벽, 바다와 사찰이 한 프레임에 담히는 풍경이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구성이라 그럴 만합니다. 다만 주말에는 인파가 상당해서 기도를 목적으로 간다면 평일 이른 시간을 택하는 것이 낫습니다. 이용 시간은 04:30부터 20:30까지이며 연중무휴로 운영됩니다. 주차 공간도 갖춰져 있어 자가용 이용 시 편리합니다. 동해바다이다 보니 새해첫날이면 일출을 보러 모인 인파로 바다 가까운 방생터가 가득차는 해돋이 명소이기도 합니다. 음력 15일마다 열리는 물고기를 바다에 풀어주는 방생법회도 관광객의 흥미를 돋우고 용궁사로 오게만드는 볼거리 중의 하나입니다. 또 최근에는 소원등을 달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 알록달록한 등이 절 안을 채우고 있어 볼거리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광안대교 앞에서 패들보드 위에 서다, SUP요가
SUP요가를 검색하면 보통 "초보자도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저도 그 질문을 들고 광안리로 갔습니다. SUP은 스탠드업 패들보딩의 약자로, 보드 위에 서서 패들을 저어 나아가는 수상 스포츠입니다.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니라 코어 근육, 즉 몸의 중심부를 지지하는 심층 근육군 전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전신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광안리해변 남쪽에는 SUP 존이 별도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샤워장, 보드 보관대 같은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체험 후 처리가 깔끔합니다. 크레이지서퍼스에서 운영하는 SUP요가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해변에 패들보드를 깔고 그 위에서 요가 자세를 수행하는 해변 SUP요가입니다. 수상 도킹 없이 육지에서 진행되므로 초보자에게 적합합니다. 다른 하나는 실제 바다 위에 패들보드를 띄우고 수상 도킹 보드에 고정한 채 요가 자세를 취할수 있는 해상 SUP요가입니다. 파도의 흔들림이 더해지면서 신체 균형을 유지하는 훈련 강도가 몇 배로 올라갑니다. 제가 직접 해변 요가에 참여해봤는데, 일반 요가 매트 위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보드가 미세하게 흔들리기 때문에 자세를 잡는 동안 온 신경이 몸의 중심으로 쏠립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면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가 생각보다 깊이 파고듭니다. SUP 기본 교육도 포함되어 있어서 패들보드를 드는 법부터 앉고 서는 법, 방향 전환, 패들링방법까지 전문 강사가 꼼꼼하게 알려줍니다. 이론 교육 후 실제 바다에서 연습하는데, 제 경험상 앉아서 노 젓는 단계까지는 생각보다 빨리 적응됩니다. 서서 타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두어 번 풍덩 빠지고 나서야 겨우 서 있을 수 있었습니다. 웨트슈트를 착용하면 체온 유지와 부력 보조가 동시에 되기 때문에 추위와 겁이 많은 분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5월 3일부터 11월 16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전 9시, 11시 두 회차로 운영되며 소요 시간은 약 2시간입니다. 체험료는 1만 원으로, 웨트슈트 대여비는 별도입니다. 광안리 SUP 관련 정보는 광안리 SUP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도 광안리해변과 SUP 존이 포함되어 있으니, 공신력 면에서도 검증된 여행지입니다.
죽성성당에서 기장의 바다를 눈에 담고, 해동용궁사에서 파도 소리와 함께 마음을 가라앉히고, 광안리에서 패들보드 위에 서는 경험까지. 이 세 곳을 하루나 이틀에 걸쳐 잇는 코스는 부산을 여러 번 다녀온 분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줍니다. 특히 SUP요가는 한번 해보면 왜 이걸 몰랐나 싶은 종류의 체험입니다. 운동 효과를 기대하고 갔다가 힐링을 얻고 오는 게 이 코스의 가장 솔직한 후기입니다. 다음 부산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기장과 광안리를 묶어서 잡아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korean.visitkorea.or.kr/detail/ms_detail.do?cotid=4ca61bd6-99ec-4828-bdc9-d295bec03a4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