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뚜벅이 여행 (스페이스워크, 일본인가옥거리, 호미곶)
가볼만한 곳이 너무 많아 한껏 기대를 안고 도착한 포항역. 기차역에 내려서 차 없이 이 도시를 다 볼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버스와 택시만으로도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부터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호미곶 해맞이광장까지 하루 안에 충분히 돌 수 있었거든요. 차 없는 여행자들이 가장 자주 묻는 "어디서 어디로 가야 하지?" 그 질문에, 제가 직접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순서와 포인트를 정리해봤습니다.
스페이스워크, 올라가야 할지 말지 고민된다면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는 포항 북구 환호동에 위치한 대형 조형물이자 체험형 공공예술 설치물입니다. 트랙 길이 333m, 계단 717개 규모로, 쉽게 말해 철로 만든 거대한 롤러코스터 모양의 계단을 직접 걸어 올라가는 구조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단 19선에 선정된 바 있고, 입장료가 무료라는 점이 뚜벅이 여행자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조건이죠. 그런데 제가 직접 올라가보니, 리뷰에서 자주 보이는 "무서워서 반도 못 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철 구조물 특성상 바람이 불면 실제로 흔들립니다. 저는 평소 고소공포증이 크게 없다고 생각했는데도 중간쯤에서 다리가 먼저 솔직해지더라고요. 끝까지 완주하면 영일만 방향 전망과 포스코 제철소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조라, 날씨 좋은 날 오후 늦게 올라가면 일몰까지 볼 수 있습니다. 올라가기 어렵다면 지상에서도 방법이 있습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들을 위해 입구 직원분이 알려주는 하트 모양 포토존이 아래쪽에 따로 있거든요. 그것만 찍어도 충분히 인증샷이 됩니다. 한 가지 중요한 실용 정보는, 강우나 강풍 시 출입이 통제된다는 점입니다. 뚜벅이 일정 특성상 교통편을 미리 잡아야 하니, 방문 당일 오전에 포항시 공식 채널에서 운영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하절기(4~10월) 주말 기준 오후 9시까지 운영하고, 동절기(11~3월)는 주말 기준 오후 6시에 문을 닫습니다. 환호공원 3주차장 방향으로 오르는 길은 대부분 그늘이 져 있어서, 한여름에도 걷기 나쁘지 않았습니다. 공원 자체도 잘 조성되어 있어 스페이스워크를 올라가지 않아도 산책만으로 시간이 잘 갑니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예쁜 골목이라고만 보면 아쉬운 이유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는 많은 분들이 드라마 촬영지로 먼저 알고 찾아옵니다.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 마을 '옹산'으로 쓰인 곳이라, 극 중 등장한 카페 '카멜리아'가 그대로 남아 있고, 드라마 포스터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계단 포토존도 있습니다. 아기자기하고 분위기 있는 골목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곳을 단순히 '감성 카페 거리'로만 소비하면 놓치는 게 생깁니다. 1883년 조일통상장정 체결 이후 일본인들이 구룡포항 일대를 거점으로 삼아 동해 어업권을 수탈하던 역사의 현장이 바로 이 골목입니다. 이를 계기로 일본 어부들이 조선 해안에 대거 정착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47개의 일본식 목조 건물이 남아 있고, 2010년 포항시가 역사 교육 공간으로 공식 조성했습니다. 구룡포근대역사관에서는 당시 생활상과 건축 구조를 실물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이 월요일이었는데, 관공서 성격의 전시관이 닫혀 있어서 내부를 못 봤습니다. 이 점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뚜벅이로 시간과 교통비를 들여 찾아갔는데 헛걸음이 되지 않으려면, 평일 방문 시 요일 확인이 필수입니다. 공원 계단에서 내려다보는 어촌 풍경은 대한민국 경관대상 최우수상을 받았을 만큼 실제로 좋습니다. 이 뷰 하나만으로도 올라갈 이유는 충분합니다. 가옥거리 초입 문방구, 달고나 가게, 대게빵집 같은 먹거리도 골목 곳곳에 있습니다. 걸어서 다 보는 데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면 충분하고, 바로 근처에 구룡포 주상절리와 과메기 문화관도 있어서 동선을 짜기도 편합니다. 뚜벅이 기준으로 구룡포까지는 포항역에서 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호미곶 해맞이광장, 언제 가도 되지만 새벽은 따로 준비가 필요합니다
호미곶은 한반도 지형에서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최동단 지점입니다. 육지 기준으로 가장 동쪽에 위치한 지점이라 이 때문에 일출이 가장 일찍 시작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년 해맞이 축제가 열리고, 새해가 되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가마솥에 끓인 떡국을 방문객에게 나눠줍니다. 직접 그 가마솥을 본 분들의 후기를 보면 크기에 먼저 놀라고, 그 뜨거운 마음에 또 한 번 놀란다고들 하더군요. 이곳의 상징인 상생의 손은 새천년을 맞아 제작된 대형 청동 조형물입니다. 육지에 왼손, 바다 위에 오른손이 각각 놓여 두 손이 화합을 이루는 구도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면 한 손인 줄 알고 가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가보면 바다와 광장에 따로 있다는 걸 처음 알고 놀라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 중 한 명이었고요. 해맞이광장에서 뚜벅이 여행자가 주의해야 할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새벽 일출을 보러 간다면 포항 시내에서 호미곶까지 대중교통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심야·새벽 시간대는 택시나 렌터카를 고려해야 합니다.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기 때문에 계절 불문 겉옷 하나는 챙겨야 합니다. 한여름에도 데크 위는 바람이 셉니다. 광장 외에 호미곶 등대박물관이 인근에 있으니, 낮 시간대 방문이라면 등대박물관까지 함께 보는 것이 동선상 효율적입니다. 봄(특히 4월)에 방문한다면 새천년기념관 뒤편 유채꽃밭이 절정입니다. 유채꽃, 바다, 하늘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구도로, 이 시기에 가면 사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해안 데크를 따라 연오랑세오녀상 방향으로 산책하는 코스도 추천할 만합니다. 파도 소리와 함께 걷다 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잘 갑니다. 낮보다 새벽이 더 좋다는 후기가 많은데, 실제로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 이른 아침에 이곳을 찾은 분들이 "정신이 맑아진다"고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닷바람이 차갑지만, 그게 오히려 청량감이 됩니다.
포항은 뚜벅이 여행자에게 생각보다 열려 있는 도시입니다. 스페이스워크에서 시작해 구룡포, 호미곶 순으로 움직이면 하루 일정이 자연스럽게 맞아 떨어집니다. 단, 구룡포 관공서 시설은 방문 요일을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필수입니다. 제가 월요일에 가서 헛걸음한 것처럼, 아쉬운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이 세 곳을 하루에 다 보려면 이동 시간과 버스 배차 간격을 여유 있게 잡는 것이 핵심입니다. 처음 가는 분이라면 오전 일찍 포항역에서 출발하는 것을 권합니다.
참고: https://korean.visitkorea.or.kr/detail/ms_detail.do?cotid=2a08732b-eba3-45e7-8b72-384abd02c9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