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 당일치기여행 (연풍성지, 트리하우스가든, 뭐하농하우스)

 더 더워지기 전에 부지런히 주말에 떠나고는 싶고 어디 가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어디든 가보자는 마음으로 떠난 괴산 당일치기가 예상보다 훨씬 깊은 여행이 됐습니다. 역사, 자연, 맛이 한 루트 안에 다 담겼던 그날 코스를 공유합니다.



연풍성지: 조용한 땅에 새겨진 순교의 기억

괴산 여행을 역사로 시작하고 싶다면 연풍성지가 제격입니다. 연풍성지란 조선 시대 천주교 박해를 피해 연풍 땅에 은거하던 신자들이 처형된 자리로, 1974년부터 천주교회가 성역화한 공간입니다. 처음 이 설명을 들었을 때 솔직히 "그냥 조용한 공원 아닐까?" 싶었는데, 실제로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성지 문 앞에는 과거 순교자들을 처형하던 돌이 유물로 전시되어 있는데, 그게 제일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다 안내문을 읽고 나서야 발이 멈춰지는 그런 돌이었습니다. 성지 안에 있는 연풍향청 건물도 눈에 띕니다. 향청이란 조선 시대 지방 자치 기구로,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헌병주재소와 경찰지서로 쓰이다가 현재는 천주교회가 매입해 예배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건물 하나에 이 땅이 걸어온 역사가 겹겹이 쌓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입장료가 없고 연중무휴라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특히 연풍성지가 재밌게 봤던 드라마 '눈물의 여왕' 촬영지였던 것을 알고 방문했더니 더욱 감회가 새로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딱 지금 시기같이 녹음이 지기 시작하는 계절에는 성지를 방문하는 발걸음이 자연스레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리하우스가든: 20년이 만들어낸 정원의 밀도

성지에서 차로 20분쯤 달리면 괴산 트리하우스가든이 나옵니다. 여기서 잠깐 여쭤볼게요. 유럽풍 정원이라는 말,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안겨준 경험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도 그 선입견 때문에 반신반의하며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건 달랐습니다.

괴산 트리하우스가든은 귀농한 부부가 20년 동안 직접 설계하고 가꾼 치유정원입니다. 치유정원이란 자연 요소를 의도적으로 배치해 방문자의 심리적·신체적 안정을 돕는 정원을 뜻하며, 원예치료의 개념이 녹아 있는 공간 설계 방식입니다. 총 면적이 53,000㎡에 달하는데, 국가에서 정의한 민간정원 등록 기준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단순한 카페 조경과는 설계 의도와 밀도가 다릅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는데, 주제정원이 구역마다 확실히 다른 식물군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질리지 않았습니다. 트리하우스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향나무가 언덕을 잔디처럼 뒤덮은 장면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건 사진으로 절대 못 담는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입니다.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입장료는 무료이지만 음료 1잔 주문이 사실상 입장료 개념입니다. 음료값이 아깝지 않은 공간입니다. 매주 화요일, 수요일은 정기 휴일이므로 방문 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계절마다 풍경이 달라지므로, 봄(꽃)과 가을(단풍) 시즌 재방문 가치가 높습니다. 주차 공간이 여유 있어 주말 방문도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이 특히 많았는데, 체험형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라 아이들이 식물을 직접 탐구하고 정원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단순한 관광지와 다른 이유인 것 같습니다.


뭐하농하우스 지금은 에트하우스 : 채소 디저트라는 낯선 조합이 통하는 이유

트리하우스가든을 나오면서 "뭐 먹지?"가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그 답이 뭐하농하우스입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죠. 괴산 감물면에 위치한 뭐하농은 청년 농부들이 직접 키운 채소로 음료와 디저트를 만드는 농부 카페로, 농장에서 수확한 원재료를 바로 디저트로 만들다보니, 유통·가공 단계를 줄여 신선도를 극대화하는 모델입니다.

제 경험상 "채소 디저트"라는 말만 들으면 건강하지만 맛없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뭐하농에서 마신 음료는 그 선입견을 조용히 무너뜨렸습니다. 인공향, 인공색소, 방부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매달 제철채소와 과일을 사용하기 때문에 메뉴 자체가 매달 바뀝니다. 이것이 제철주의를 카페 운영에 적용한 사례인데, 덕분에 방문할 때마다 다른 맛이 납니다. 재방문 이유가 자연스럽게 생기는 구조입니다.

뭐하농은 단순 카페를 넘어 농촌살이 프로그램과 채소 도슨트 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채소 도슨트란 농장에서 재배한 채소의 특성과 활용법을 직접 설명하는 해설자 역할로, 농업 콘텐츠를 교육과 관광에 연결하는 시도입니다. 이런 모델이 괴산이라는 지역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게 저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청년 농부들이 이렇게 농업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걸 직접 보고 나니, 괴산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연풍성지에서 시작해 트리하우스가든을 거쳐 뭐하농하우스로 마무리하는 이 코스, 당일치기로도 충분히 소화 가능합니다. 거리도 멀지 않고, 각 장소 사이에 이동 시간이 20~30분 내외라 동선이 효율적입니다. 다음에 괴산을 다시 간다면 트리하우스가든은 봄꽃 피는 시즌에, 뭐하농하우스는 다른 달 제철 메뉴로 또 가볼 생각입니다.


참고: https://korean.visitkorea.or.kr/detail/ms_detail.do?cotid=448a9e02-3c1c-46db-b7ae-c4aba4bab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