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볼만한곳 광장시장 올리브영 (올영양행, 체험공간, 컨셉매장)

광장시장에 먹을 것만 잔뜩 먹고 나오면서 "또 빈대떡이랑 육회만 먹었네" 싶었던 적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그랬는데, 4월 30일부터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CJ올리브영이 광장시장 주단부 2층에 244평 규모의 '올리브영 광장마켓점'을 열었는데, 들어간 순간 이게 올리브영인지 어딘가의 전시관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올영양행, 심상치 않은 작명센스

처음 '올영양행'이라는 간판을 봤을 때 솔직히 좀 웃겼습니다. 올리브영이랑 양행이랑 무슨 조합인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이 네이밍이 얼마나 계산된 선택인지 바로 느껴졌습니다. 양행이란 근대 개항기 이후 수입품을 취급하던 상점을 가리키는 말로, 1960~70년대 한국에서는 화장품·잡화를 파는 고급 가게를 뜻하기도 했습니다. 즉, 올리브영이라는 현대 뷰티 브랜드에 그 시절 감성을 씌운 것인데, 이름 하나로 컨셉을 다 설명해버린 셈입니다.

인테리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레트로디자인이란 과거의 양식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스타일을 말하는데, 이 매장은 그 정의에 딱 맞는 공간이었습니다. 촌스럽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요즘 MZ세대가 열광하는 그 '있어 보이는 복고' 느낌이었습니다. 70~80년대 어머니들이 쓰던 분통과 콤팩트 스타일의 소품, 광장시장 주단부의 비단과 미싱을 연상케 하는 소품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이걸 기획한 담당자는 진짜 상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체적인 폰트와 문구 표현도 빠짐없이 60~70년대 분위기로 통일되어 있었습니다. '스킨, 로숀' 같은 표기 방식이나 포스터 색감 하나하나가 그 시대를 고증한 느낌이라, 사진을 찍으면 자동으로 필름 감성이 날 것 같았습니다. 광장시장이라는 100년 넘은 전통시장 안에서 이런 공간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 자체가 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채로운 체험공간

솔직히 처음엔 "또 올리브영이네" 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건 제 예상이 완전히 틀렸습니다. 일반 올리브영 매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체험 공간들이 가득했거든요. 특히 퍼스널컬러진단 공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진단 방법도 재미있었습니다. 검사지를 들고 화면 앞에 서면 기기가 얼굴과 검사지를 함께 인식해서 퍼스널컬러를 알려주는 방식인데, 결과지 카드도 챙겨갈 수 있고, 광장시장 특산인 전통 한복 원단을 직접 얼굴 옆에 대보면서 색감을 확인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기계 진단과 아날로그 감성을 함께 쓴다는 발상이 꽤 신선했습니다.

이 외에도 제가 직접 경험해본 체험 공간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퍼스널컬러 진단존: AI 기기와 전통 원단을 활용한 색상 진단, 결과 카드 제공

두피·피부 진단존: 두피 상태와 피부 타입을 기기로 직접 측정 가능

스탬프 엽서존: 4종의 스탬프로 나만의 기념 엽서를 직접 제작

한복 포토존: 한복·두루마기·액세서리를 착용하고 레트로 배경에서 사진 촬영

보자기 포장 체험: 5만원 이상 구매 시 전통 보자기와 색동끈으로 직접 선물 포장


중요한 건 이 체험들을 직원 도움 없이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체험 코너에서 직원이 다가올까봐 슬쩍 눈치 보는 타입인데, 여기선 그런 부담이 없었습니다. 설명 패널이 잘 되어 있어서 외국어 지원(영어·중국어·일본어)까지 갖춰져 있으니, 외국인 친구를 데리고 와도 전혀 불편함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광장시장에 생기는 컨셉매장

전통시장에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들어오면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들이 밀려난다는 걱정이 먼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이 매장이 있는 자리가 예전에 한복을 팔던 곳이었다는 걸 알고 나서는 좀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스타벅스가 광장마켓에 들어와 공존하고 있는 것처럼, 올리브영도 광장시장이라는 공간의 맥락을 진지하게 존중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고 봤습니다. 올리브영은 이번에 광장시장 상인총연합회, 광장주식회사와 지역 동반성장을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는데, 명절 성수기 마케팅 공동 기획 등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말뿐인 협약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은 있지만, 적어도 들어오면서 뭔가 형식이라도 갖추려 한 것은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CJ올리브영은 앞으로도 이런 지역 특화 'K뷰티 랜드마크' 매장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비수도권 지역에 1,238억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도 공개했습니다(출처: CJ올리브영 공식 뉴스룸). 수도권 외 지역의 관광 상권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볼 만한 부분입니다.


광장시장에 가면 빈대떡 먹고 육회 먹고 끝인 분들께 진심으로 이번에는 올영양행 한 번 들러보시길 권합니다. 화장품 살 생각이 없어도 퍼스널컬러 진단만으로도 시간이 금방 갑니다. 위치는 종로5가역 8번 출구에서 직진 후 북2문으로 들어오면 가장 빠르고,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입니다.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온다면 광장시장 먹거리 코스와 묶어서 데려오기 딱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