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리단길 (십원빵, 한옥골목, 주차꿀팁)

2025APEC 행사 이후 정비된 황리단길은 제가 기억하던 경주가 아니었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스마트폰을 들이대며 연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한국인으로서 괜한 자부심이 올라왔습니다.





황리단길, APEC 이후 달라진 한옥골목의 풍경


황리단길은 황남동의 지명과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을 합성해 만든 이름입니다. 쉽게 말해 '황남동판 경리단길'이라는 뜻인데, 이런 작명 방식 자체가 이 거리가 젊은 세대에 의해 자생적으로 성장했다는 걸 보여줍니다. 내남사거리에서 황남초등학교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구간을 중심으로, 황남동과 사정동 일대의 골목까지 포함하는 넓은 생활권입니다.

제가 이번에 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평범한 국내여행지처럼 먹거리와 볼거리가 뒤섞인 거리를 생각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작년 APEC 행사 준비 과정에서 대대적인 경관 정비가 이루어졌고, 한옥 건축 양식을 기반으로 통일된 외관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지금의 황리단길은 골목 어디서 카메라를 들이대도 배경이 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특히 눈에 띈 건 서양인 관광객의 비중이었습니다. 한복 차림의 외국인들이 기와 처마 아래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은, 이 거리가 단순한 국내 여행지를 넘어 인바운드 관광거점으로 자리 잡았다는 증거입니다. 인바운드 관광이란 외국인이 특정 국가를 방문하는 관광 형태를 뜻합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경주는 서울·제주에 이어 외국인 방문 선호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지금 5월에 방문하기를 특히 추천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경주는 대릉원, 첨성대, 동궁과 월지, 교촌한옥마을처럼 주요 명소 대부분이 야외 평지에 있어서 그늘이 거의 없습니다. 한여름이 되면 뙤약볕 아래에서 걷는 것 자체가 체력 소모가 극심해집니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고, 낮에도 걷기 불편하지 않은 지금이 사실상 경주 뚜벅이 여행의 최적 시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십원빵과 황리단길 먹거리

황리단길에 왔으면 십원빵은 필수입니다. 저도 처음엔 "저게 뭐라고 줄을 서나" 싶었는데, 막상 한 입 베어 물고 나서 이해가 됐습니다. 동그란 십원짜리 동전 모양의 팬케이크 빵 안에 치즈가 가득 들어 있는 구조인데, 단맛과 짠맛이 교차하는 단짠 밸런스가 생각보다 훨씬 중독성이 강합니다.

흥미로운 건 황리단길 골목마다 저마다 자신이 원조라고 주장하는 가게들이 즐비하다는 점입니다. 가격은 대체로 한 개에 4,000원 안팎입니다. 제가 직접 여러 집을 비교해 먹어봤는데, 원조 여부보다는 치즈 충전량이 핵심 변수였습니다. 충전량이란 빵 안에 채워진 속 재료의 양을 말하는데, 치즈가 두툼하게 들어간 집일수록 빵을 씹을 때 고소함이 배가되어 만족도가 눈에 띄게 달랐습니다. 줄이 길더라도 치즈가 실하게 들어간 집을 고르는 것이 현명합니다.

십원빵 외에도 황리단길에는 먹거리 선택지가 넓습니다. 경주 지역 향토 식재료인 한우를 활용한 육회물회와 갈비찜을 파는 가게들도 있고, 황남옥수수, 최영화빵, 대화만두, 이치고산도, 황남우엉김밥처럼 SNS에서 입소문을 탄 메뉴들도 골고루 포진해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런 향토음식을 거리낌 없이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황리단길 먹거리를 효율적으로 즐기고 싶다면 아래 순서를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전에 대릉원·첨성대 먼저 돌고 황리단길로 이동해 점심 식사

식사 후 골목 산책하며 십원빵, 최영화빵 등 길거리 간식 순서대로 공략

동궁과 월지는 일몰 이후 야경 시간에 맞춰 방문 (조명이 켜진 야간이 훨씬 아름다움)

황리단길로 돌아와 저녁 식사 후 한옥스테이 체크인


이 동선이 체력 소모도 최소화하고, 각 명소의 가장 좋은 모습을 볼 수 있는 순서라고 제 경험상 확신합니다. 그리고 현재 경주생활문화센터에서 텔레토비와 협업한 경주문화역사지구 스탬프 투어도 진행 중입니다. 하루 선착순 한정으로 스탬프 완료 시 텔레토비 콜라보 굿즈를 증정하고 있으니, 관련 정보는 방문 전 경주문화관광 공식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주차 꿀팁과 한옥스테이

솔직히 이건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처음 황리단길을 방문했을 때 주말 낮 시간에 차를 몰고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가 낭패를 봤습니다. 불법 주차 차량들로 골목이 막혀 있어서 차를 빼지도 못하고 10분 이상 갇혀 있었습니다. 황리단길 내부의 공영주차장은 수용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주말이나 공휴일 피크 시간대에는 주차 자리를 찾는 것 자체가 소모전이 됩니다.

제가 이후에 터득한 방법은 간단합니다. 주말에 황리단길에 차량으로 방문할 계획이라면, 오전 9시 이전에 공영주차장에 먼저 주차하고 이후에는 도보로만 이동하는 것입니다. 공영주차장 요금은 1시간 기준 약 1,200원으로 상당히 저렴한 편입니다. 황리단길에서 대릉원, 첨성대, 동궁과 월지까지 걸어서 충분히 이동 가능한 거리이고, 이동 시간도 편도 기준으로 한 시간 이내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어린아이와 함께 이동한다면 황리단길 내에서 운행하는 전동 차량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전동 차량이란 전기 동력으로 움직이는 소형 이동 수단을 뜻하며, 일반 차량으로는 진입하기 어려운 골목길도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숙소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황리단길 안쪽에 있는 한옥스테이는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한옥스테이란 전통 한옥 구조의 건물에서 숙박하는 방식으로, 마당과 처마가 있는 공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경험 자체가 여행의 일부가 됩니다. 다만 황리단길 인근 숙소는 시설 대비 가격이 높게 책정된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만 중심가에서 벗어나면 같은 예산으로 넓은 독채 한옥을 대여할 수도 있고, 더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황리단길 정중앙에 위치한 숙소에 집착하기보다는 차량이나 도보 10~15분 거리의 숙소를 탐색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지입니다.


경주는 한 번 가면 반드시 다시 가고 싶어지는 도시입니다. 황리단길만 해도 반나절은 훌쩍 지나가고, 여기에 대릉원과 동궁과 월지까지 더하면 1박 2일도 빠듯합니다. 지금 5월이 경주 여행의 적기라는 것, 그리고 차를 가지고 간다면 9시 이전 주차가 답이라는 것, 이 두 가지만 기억해두셔도 훨씬 쾌적한 여행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황리단길의 골목 한 바퀴를 다 돌고 나서도 또 들어가고 싶었다는 게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참고: https://korean.visitkorea.or.kr/detail/ms_detail.do?cotid=a241a148-3947-4b3b-a901-ef79bcf7eee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