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용궁순대축제 (지명유래, 순대국밥, 단골식당)

솔직히 저는 용궁면이 순대로 이렇게 유명한 곳인 줄 몰랐습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 "경북 내륙에 왜 용궁이라는 지명이 붙었지?"라며 고개를 갸웃했는데, 알고 보니 그 지명 하나로 지역 브랜드를 끌어올린 마케팅 전략이 상당히 치밀했습니다. 2026년 4월 25~26일 양일간 열린 예천 용궁순대축제는, 그 전략이 음식 축제로까지 완성된 현장이었습니다.



지명유래 - 용궁이라는 지명이 축제의 절반이다


경북 예천군 용궁면은 바다가 없는 내륙 지방입니다. 그런데 동네 입구부터 12해신 석상이 늘어서 있고, 역사 곳곳에 용왕 관련 안내판이 붙어 있습니다. 처음 보면 어리둥절하지만, 이내 "아, 이걸로 브랜드를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축제 슬로건도 "간 대신 순대, 용왕님이 귀하게 대접한 미식의 성지"였는데, 토끼 간 대신 순대를 선택했다는 전래동화 설정을 지역 음식과 연결한 발상이 상당히 영리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수치가 있습니다. 예천 용궁순대는 50여 년의 제조 전통을 이어오고 있으며, 예천군 공식 관광 페이지에서도 대표 향토음식으로 별도 페이지를 운영할 만큼 지역 내 위상이 공식화되어 있습니다. 

축제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은 미리 말씀드리는 게 맞겠습니다. 용궁역사 일원에 마련된 부스 수는 많지 않았고, 행사장을 한 바퀴 도는 데 20분이면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걸 단점이라고만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규모가 작기 때문에 부스 하나하나가 실제 용궁면에서 영업 중인 식당들로 채워져 있었고, "음식이 곧 콘텐츠"인 구조가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체험 콘텐츠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용궁낚시터에서는 살아있는 금붕어를 얕은 수조에 풀어두고 낚시를 할 수 있게 했는데, 솔직히 이 부분은 좀 걸렸습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즐기는 건 맞는데, 하루 종일 사람들의 낚싯대에 시달리는 금붕어들이 받을 스트레스가 신경 쓰였거든요. 동물 복지 개념에서 보면 개선이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디어아트 영상관 "환생 - 용궁여행"은 반대로 좋았습니다. 10분짜리 영상이지만 아이들에게 "용궁이 이런 곳이구나"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번 축제에서 제가 인상 깊게 본 체험 구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용궁낚시터: 살아있는 금붕어 낚시 체험 (동물 복지 측면에서 개선 여지 있음)

모래놀이존: 모래 속 인조진주 찾기, 보물찾기 방식으로 어린아이들에게 반응 좋음

볼풀장: 영유아 동반 가족 대상

환생 용궁여행 미디어아트 영상관: 10분 상영, 용궁 세계관 몰입 콘텐츠

용궁 캐릭터 가위바위보 이벤트: 5회 승리 시 기념품(머그컵 등) 증정


순대국밥 맛의 핵심, 막창과 육수를 읽다

축제장에서 순대를 먹고도 단골식당으로 향한 건 사실 처음부터 계획된 일이었습니다. 용궁에 왔으면 제대로 된 순대국밥 한 그릇은 먹고 가야 한다는 게 저의 오랜 신념이거든요. 안동에서 30~40분 거리라 가끔 바람 쐬러 들르는 곳인데, 올 때마다 박달식당과 단골식당을 번갈아 가는 편입니다. 이번에는 몇 주 전 박달식당을 다녀왔던 터라 단골식당 신관으로 향했습니다.

용궁순대의 핵심 재료는 막창입니다. 용궁순대가 다른 지역 순대와 차별화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깨끗하게 손질된 막창 사용이고, 여기에 지역 산 채소와 한약재를 더해 속을 채우는 방식입니다. 덕분에 느끼함이 덜하고 국물이 맑은 편입니다.

단골식당 신관에서 저희가 주문한 건 연탄 돼지불고기와 순대국밥 2그릇이었습니다. 축제장에서 이미 순대를 먹은 상태라 많이 시킬 수는 없었지만, 연탄불 직화 방식으로 구운 돼지불고기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살코기와 비계 비율도 적당했고, 양념이 속까지 잘 배어 있었습니다.

순대국밥은 새우젓과 다진 청양고추, 후추를 넣어서 먹는 게 용궁식 방법입니다. 구수한 육수에 이 세 가지를 조합하면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데, 제 경험상 이건 레시피가 아니라 손맛과 육수 비율에서 나오는 맛입니다. 단골식당 본점은 아직도 그 노포 분위기를 유지하며 운영 중이라는 점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신관도 깔끔하고 좋지만, 낡은 식당에서 옹기종기 모여 먹던 그 기억이 아직도 더 인상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단골식당 - 축제가 끝나도 용궁순대는 사라지지 않는다

축제 현장을 분석하면서 한 가지 확인하고 싶었던 게 있었습니다. "이 축제가 끝나면 방문 이유가 사라지는가?" 입니다. 제 답은 아니오입니다. 용궁순대 축제는 연 1회 열리지만, 용궁면 자체가 이미 연중 방문지로서의 식문화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달식당, 단골식당을 포함한 복수의 순대국밥 전문점이 평일에도 전국 손님을 받고 있고, 바로 인근 용궁시장에서는 지역 특산물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경북관광공사(경북관광공사 공식 사이트)에서도 예천을 경북 북부권 대표 여행지 중 하나로 소개하고 있는 만큼, 용궁면은 단순 통과 지점이 아니라 목적지형 관광지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안동에서 30~40분, 경북 도청 신도시에서는 더 빠른 접근성도 이 지역의 강점입니다.

주차와 관련해서 한 가지 미리 알아두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용궁역 테마공원 주차장은 평소에는 이용 가능하지만, 축제 기간에는 주차가 불가합니다. 저도 이 사실을 미리 확인하고 갔기에 별도 공간을 찾을 수 있었는데, 모르고 갔다면 꽤 당황했을 것 같습니다.


4월 마지막 주말, 초여름처럼 달아오른 날씨 속에서 아이와 함께 돌아다니며 순대를 먹고, 금붕어 낚시에 눈을 빛내는 딸을 보고, 저녁엔 단골식당에서 순대국밥으로 마무리한 하루였습니다. 축제 규모는 작지만 음식과 세계관이 잘 맞물려 있고, 무엇보다 용궁면은 축제가 끝난 뒤에도 충분히 찾아갈 이유가 있는 곳입니다. 드라이브 삼아, 순대국밥 한 그릇 삼아, 한 번쯤 가보셔도 후회 없을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cg.kr/open.content/tour/festivals/sundae/

https://www.gbtou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