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청보리밭 축제 (학원농장, 개화현황, 관람팁)
봄꽃 여행지를 고를 때 제주도나 경주만 떠올린다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북 고창에 있는 학원농장 청보리밭은 60년 넘게 땅을 일군 농가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입니다. 저도 처음엔 "보리밭이 뭐가 예쁘겠어"라고 생각했다가, 직접 가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학원농장, 어떤 곳인가
학원농장의 시작은 196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창군 서남부의 야산 10여만 평을 개간하면서 출발한 이 농장은, 오동나무와 뽕나무를 심고 양잠을 하던 곳에서 지금은 국내 경관농업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곳이 되었습니다. 경관농업이란 수확량보다 재배 작물의 아름다움을 우선시하여 농업 수입과 관광 수입을 함께 거두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논밭 자체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농업 형태입니다.
농장 이름도 흥미롭습니다. 이 지역의 옛 지명 "한새골"에서 유래했는데, "한새"는 백로나 왜가리처럼 이 지역에 많이 서식하던 새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설립자 이학 여사의 이름자 "학(鶴)"과 이미지가 겹쳐, 들을 뜻하는 "원(園)"과 합쳐 "학원(鶴園)"이 되었습니다. 이름 하나에도 땅과 사람의 사연이 담겨 있는 셈입니다.
현재 농장 부지 약 15만 평 중 11만 평이 농지입니다. 겨울 작물로 보리, 여름 작물로 메밀을 주로 재배하며,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도 경관용으로 함께 심습니다. 2013년에는 이런 경관농업의 성과를 인정받아 우리나라 산업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훈장인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하기도 했습니다. 금탑산업훈장이란 산업 발전에 현저한 공훈을 세운 이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농업인이 받은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청보리, 추천 방문시기, 개화현황
많은 분들이 청보리를 그냥 "초록색 보리"라고만 알고 있는데, 학원농장에서는 이 시기를 아예 작물의 생육 주기로 정의합니다. 청보리란 4월 중순 이삭이 패고 나서 5월 중순 황금빛으로 익기 시작하기 직전, 보리가 가장 싱그럽고 색감이 깊은 시기를 부르는 이름입니다. 말하자면 보리의 청춘기입니다. 이 시기에 맞춰 매년 청보리밭 축제가 열립니다.
2026년 축제 일정은 4월 18일부터 5월 10일까지입니다. 입장료 구조도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보리밭 사잇길 체험료 3,000원이 생겼고, 축제 기간에는 주차요금 10,000원도 별도로 받습니다. 다만 두 항목 모두 지역화폐로 전액 환급해 주니 실질적인 부담은 크지 않습니다. 저도 축제 전에 방문한 터라 주차비는 없었는데, 이런 변화가 처음엔 낯설게 느껴지더라고요.
방문 시기를 두고 "주말에 가야 분위기가 살아난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는 평일에 방문했고, 사람이 적어 밭 사이 구불구불한 체험 길을 온전히 혼자 걸을 수 있었습니다. 주말에 청보리밭 사잇길이 인파로 꽉 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오히려 평일 방문이 훨씬 낫겠다 싶었습니다. 사진 결과물도 분명히 달라집니다.
방문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유채꽃 개화 현황입니다. 유채 개화기는 4월 초부터 약 한 달 정도인데, 개화 상태가 해마다 다르고 유채꽃을 심는 위치도 매년 바뀝니다. 고창학원농장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실시간으로 개화 현황을 공유하고 있으니, 방문 전날 꼭 한 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실제 관람팁,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저는 정문 출입구로 들어가 도깨비 촬영지 오두막을 먼저 둘러봤습니다. 드라마 촬영지라는 이유로 많은 분들이 여기서 사진을 찍고 돌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그게 조금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오두막 인근 빨간 벤치 쉼터를 지나 유채꽃밭 길로 들어서는 순간, 노란색과 초록색의 대비가 정말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진으로 보던 것과는 색감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중앙밭 후문 쪽 원두막을 지나면 유채 없이 청보리만 펼쳐진 구역이 나옵니다. 이 두 풍경은 분위기가 확연히 다릅니다. 유채꽃과 청보리가 함께 있는 앞쪽은 화사하고, 뒤쪽은 광활한 초록 구릉이 조용하게 펼쳐집니다. 뒤편에는 거울 포토존과 빨간 벽 포토존도 있어서 또 다른 사진을 건질 수 있습니다.
제가 특히 추천하는 곳은 삼각밭입니다. 손목띠를 보여주고 들어가는 구역인데, 많은 분들이 이쪽까지 오지 않아 사실상 혼자 전세 낸 듯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복잡한 걸 싫어하는 분이라면 꼭 삼각밭까지 걸어가 보세요. 저는 그 고요한 시간이 이날 방문에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방문 시 체크리스트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사진 촬영은 오전 10시 이전이나 오후 4시 이후가 가장 좋습니다. 역광이 없어 색감이 훨씬 선명하게 나옵니다.
밭 사이 길을 약 2시간 걸어야 하므로 모자, 선글라스, 편한 신발은 필수입니다. 봄 햇살이 생각보다 강합니다.
방문 전날 고창학원농장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유채꽃 개화 현황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삼각밭은 사람이 적으니 혼잡이 싫다면 이쪽으로 먼저 이동하는 것을 권합니다.
카페 넓은들과 학원농장 식당이 있으니 보리비빔밥이나 메밀국수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학원농장을 단순히 "사진 찍는 곳"으로만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이 농장이 60년 넘게 버텨온 방식 자체가 하나의 농업 실험이었습니다. 보리농사가 일손을 덜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그 광활한 구릉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경관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필요에서 시작한 선택이 결국 이 농장의 정체성이 된 것입니다. 고창에는 학원농장 외에도 고창읍성, 선운사, 고인돌 유적지 등 함께 둘러볼 만한 곳이 많습니다. 고창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청보리밭 축제 일정에 맞춰 하루 이틀 일정을 잡아보시길 권합니다.
청보리밭이 예쁜 시기는 생각보다 짧습니다. 유채꽃과 함께 보고 싶다면 4월 말까지, 황금빛으로 물들기 전 청보리의 절정을 보고 싶다면 5월 초순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저는 다음에 또 간다면 오전에 일찍 도착해서 삼각밭부터 천천히 시작할 생각입니다. 그게 이 농장을 제대로 즐기는 방식이라는 걸 이번에 직접 배웠습니다.
참고 : https://www.borinara.co.kr/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