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버드모이가 말하는 여행 유튜브의 현실 (번아웃, 디지털노마드, 수익화)
여행이 직업이 되면 더 행복할까요? 저는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최장 2주짜리 해외 소비 여행을 몇 번 다녀온 게 전부인 제가, 누군가는 100개국을 혼자 돌며 그걸 콘텐츠로 만들어 살아간다는 현실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그 질문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깨달았습니다.
번아웃에서 시작된 여행, 계획이 없었기에 100개국까지 갔다
퇴사 후의 첫 행선지는 세계 일주가 아니었습니다. 축구 응원을 위해 두바이에 간 게 전부였고, 경기에서 져서 갑자기 일정이 비어버리자 근처 나라를 하나씩 더 가보는 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른바 즉흥적 이동 방식, 저는 이걸 보면서 묘하게 공감했습니다. 거창한 계획이 없었기에 오히려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초기 여행 자금은 2,000만 원이었습니다. 이 금액으로 한 달 생활비를 약 150만 원 수준으로 유지했는데, 이는 숙소를 포함한 수치입니다. 국내 1인 가구 평균 월 생활비가 200만 원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에서 더 적게 쓰며 생활한 셈입니다. 비결은 별게 아니었습니다. 예산에 맞는 숙소를 고르고, 현지인들이 다니는 식당을 찾는 것. 여행을 돈이 없어서 못 간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을 보면서 예산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여행지라는 인식은 꽤 보편적이지만, 아프리카 국경 마을에서 10대 소년들에게 소매치기를 당할 뻔하거나, 중동에서 카우치서핑 중 부적절한 상황에 처한 경험을 들어보면 인도는 상대적으로 여행 난이도가 낮은 축에 속했습니다. 위험 인식과 실제 위험 수준 사이의 괴리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 데이터로 따지면 꽤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디지털노마드의 현실, 낭만 뒤에 있는 숫자들
디지털노마드란 특정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며 이동하며 생활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유튜브 채널 운영, 관광청 협업, 여행 잡지 기고 등 다양한 수익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8년입니다. 8년. 이 숫자가 저에게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영국 워킹홀리데이 기간 중 스타벅스 정직원으로 일하며 유럽 여행을 병행했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여행 유튜버라는 이미지 뒤에, 카페에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하며 렌즈 뒤의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저에게는 꽤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킬리만자로. 정상 100미터를 남겨두고 고산병으로 포기해야 했던 순간을 담담하게 전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이야기를 웃으며 할 수 있게 되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낭만 뒤에 얼마나 많은 포기와 소화의 시간이 있었는지, 그게 숫자보다 더 솔직한 현실이었습니다.
여행 유튜버를 꿈꾸는 분들을 위한 현실 체크포인트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수익 안정화까지 최소 2~3년 이상의 무수익 또는 저수익 기간을 감당할 재정적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해외에서 영상 편집과 업로드를 병행하려면 인터넷 인프라가 열악한 환경에서도 작업할 수 있는 기술적 대비가 필요합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휘둘리지 않을 콘텐츠 정체성이 필수입니다.
관광청 협업, 기고, 강연 등 유튜브 외 수익 다각화 전략이 장기 생존의 핵심입니다.
솔직히 이 목록을 보면서 제가 막연히 '여행하면서 돈 벌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얼마나 단편적이었는지 느꼈습니다. 낭만은 진짜지만, 그 낭만을 유지하는 구조는 꽤 냉정합니다.
수익화의 완성, 여행사 창업까지 이어진 방향 전환
8개월 사이에 일어난 변화들이 있습니다. 여행 에세이 『어디가 좋은지 몰라서 다 가보기로 했다』 출간 후 베스트셀러 1위, EBS 세계테마기행 몽골편 큐레이터 출연, 그리고 스리랑카 여행 사업자 등록과 인솔자 자격증 취득까지. 처음에는 유튜브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모양의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유명세를 활용한 인플루언서 협찬 참여가 아니라, 현지 미팅부터 루트 설계, 일정 기획까지 직접 수행한 '스리랑카 답사 투어'가 전석 마감되었다는 결과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에서 사업자로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줍니다.
제가 이 부분을 보면서 느낀 것은 단순한 부러움이 아니었습니다. 시작은 여행 유튜브였는데 지금은 작가이자 방송인이자 여행 사업자인 이 흐름이, 처음부터 계획된 게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었습니다.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 본인이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쌓아가다 보니 거기서 방향이 생긴 것처럼 보였습니다. 영하 50도의 몽골 촬영 현장을 20일 버텨낸 사람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도 2주짜리 소비형 여행이 전부인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스스로의 방향을 찾아온 이 여정을 들여다보면서, 주체적으로 산다는 게 거창한 결단 하나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본인의 여행 스타일이나 커리어 전환에 관심이 있다면, 막연한 낭만보다 예산 계획과 수익 구조부터 현실적으로 그려보시길 권합니다. 출발선은 어디든 괜찮습니다. 단, 걷는 방향은 본인이 잡아야 합니다.
참고: https://youtu.be/cLMm8LCSpoA?si=HpTfcCp5w2OzSC1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