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양주 회암사지 왕실축제 (어가행렬, 체험프로그램, 주차안내)
벚꽃 구경 겸 가볍게 들렀던 양주 회암사지에서 예상치 못한 규모에 한 번 놀라고, 곧 열릴 왕실축제 준비 현장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제9회 양주 회암사지 왕실축제는 2026년 4월 17일(금)부터 19일(일)까지 3일간 열립니다. 아이와 함께, 혹은 반려견을 데리고 봄 나들이를 고민 중이라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겁니다.
어가행렬, 그냥 퍼레이드가 아닙니다
솔직히 처음엔 어가행렬(御駕行列)이라는 말이 낯설었습니다. 어가행렬이란 조선시대 왕이 궁궐 밖으로 행차할 때 이루어지던 의례적 행렬을 뜻합니다. 그냥 코스튬 퍼레이드겠거니 했는데, 실제 구성을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올해 축제는 1막과 2막으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1막은 4월 18일 오후 2시, 옥정시가지 중심상가 일원에서 펼쳐집니다. 청동금탁(靑銅金鐸)과 함께 회암사지로 향하는 태조 이성계의 행렬을 맞아 양주 백성들이 세계유산 등재를 기원하는 결쟁(結爭) 퍼포먼스를 펼칩니다. 결쟁이란 집단이 함께 소원이나 염원을 외치며 기원하는 의식 형태로,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입니다.
2막은 같은 날 오후 5시부터 회암사지 메인무대에서 이어집니다. 무학대사(無學大師)와 양주목사가 왕을 맞이하는 환영연 퍼포먼스가 핵심인데, 회암사지라는 유적 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연출이라 야외 세트장 느낌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당시 이미 광장 부근에서 주막 컨셉의 먹거리 구역이 조성되고 있었는데, 그 규모만 봐도 본 행사 때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릴지 가늠이 됐습니다.
회암사지는 고려 말 조선 초를 대표하는 왕실 사찰이자 선종사원(禪宗寺院) 유적입니다. 선종사원이란 참선(參禪), 즉 조용히 앉아 수행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불교 사찰을 뜻하며, 회암사는 당시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찰 중 하나였다고 전해집니다. 이미 2022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 목록(Tentative List)으로 선정된 곳으로, 잠정 목록이란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위한 사전 심사 단계로 등재 후보군에 공식 포함됐다는 의미입니다. 어가행렬이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세계유산 등재 염원을 담은 퍼포먼스라는 걸 알고 나면 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자세한 유산 가치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공식 사이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체험프로그램, 아이부터 반려견까지 다 됩니다
제가 직접 현장을 둘러보면서 느낀 건, 이 축제가 단순히 '보는' 행사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너른 잔디밭에서 이미 평소에도 아이들이 뛰어놀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축제 기간에는 그 공간 위에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이 얹히는 구조입니다.
올해 체험 프로그램 중 특히 눈에 띄는 건 몇 가지입니다.
왕실사원 회암사를 재건하라: 볼풀존에 숨겨진 광전(廣塼) 조각을 찾아 복원하는 발굴 체험입니다. 광전이란 조선시대 대형 사찰 건축에 사용된 특수 기와 벽돌로, 회암사지 발굴에서 실제로 다수 출토된 유물입니다. 4월 18~19일 각각 두 타임 운영됩니다.
청동금탁 퀴즈쇼: 300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O/X 서바이벌 형식으로, 4월 18일 오후 3시부터 메인무대에서 진행됩니다. 최후의 생존자에게는 실제 청동금탁을 울릴 기회가 주어집니다.
조선몰입극장: 백성이 되어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체험 공연입니다. 주모와 전기수(傳奇叟)가 회암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전기수란 조선 후기 이야기꾼으로, 오늘날의 스토리텔러와 비슷한 역할을 했습니다.
왕실 펫 살롱: 올해 신설된 코너로, 반려견 미용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애견 동반 가족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개인적으로는 정말 반가웠습니다.
싱잉볼 명상: 4월 19일 오후 4시 30분, 회암사 범수의천스님의 싱잉볼 연주와 함께하는 명상 프로그램입니다. 어른들에게는 진짜 쉼이 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화 페이스페인팅, 한복 체험, 스크래치 페인팅 같은 아이 친화적 체험들도 운영됩니다. 아이들에게는 놀이와 배움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구성이고, 어른들에게는 유적지 해설과 명상 같은 조용한 쉼의 공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축제라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주차안내, 모르면 진짜 고생합니다
제가 벚꽃 시즌에 회암사지를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주차 공간이 생각보다 작다는 점이었습니다. 회암사지 박물관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평일에도 자리가 빠듯했던 터라 수천 명이 몰리는 축제 기간엔 사전 준비 없이 차를 끌고 갔다가는 진입도 못 하고 발길을 돌릴 수 있습니다.
축제 기간 동안은 인근 군부대 주차장을 개방해 노면을 추가 확보한다고 합니다. 단, 군부대 주차장을 이용할 경우 신분증 지참이 필수입니다. 이 부분을 모르고 갔다가 현장에서 당황하는 분들이 생길 수 있으니 반드시 챙기시길 권합니다.
차 없이 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축제 기간 서울에서 출발하는 양주시티투어버스가 1인당 1만 원에 운행됩니다. 탑승 장소는 두 곳입니다.
교대역 13번 출구 스타벅스 앞
용산역 1번 출구 시내버스 정류장 앞 (09:00 출발)
귀가 시에는 교대역과 용산역에서 하차할 수 없고, 도봉산역(1·7호선) 또는 창동역(1·4호선)에서 내려야 합니다. 양주역에서도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의정부 방향으로 탑승 가능하며, 이 경우 양주시 해설사가 동행해 유적지 설명을 들으며 이동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오히려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거리도 놓치기 아깝습니다. 멘치카츠 도시락, 부추비빔밥, 크로플과 젤라또, 양주 명물 수제 찹쌀핫도그 인삼 맛까지 꽤 다채롭습니다. 축제에서 먹거리 줄 서는 게 번거롭다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게 축제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사람 북적이는 그 공기 자체가 봄날에만 누릴 수 있는 것이니까요.
9년을 이어온 지역 축제라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얹고 유산의 가치를 알리는 방식으로 꾸준히 성장해온 양주 회암사지 왕실축제는 올봄 경기도 나들이 후보로 충분히 고려할 만합니다. 신분증 챙기고, 시티투어버스 예약 먼저 확인하고 가시면 훨씬 여유롭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 프로그램과 일정을 먼저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양주 회암사지 왕실축제 공식 홈페이지)
참고: https://www.yangju-hoeamsaji.co.kr/